억새 군락지 오서산 백패킹 후기 - Oct.2023

억새 군락지 오서산 백패킹 후기 - Oct.2023
# 오랜만에 어샘블

오랜만에 친구 C가 함께 백패킹을 가자고 제안했다. 개인 사정으로 한동안 백패킹을 못 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나 보다. 이런 제안은 언제든 환영이지.
마침 억새 시즌이라 전국 5대 군락지 중 한 곳인 오서산에 가보기로 했다. 전국구 억새 명소가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짧은 트레킹 코스도 있다? 빠지는 게 없는 스펙에 고민 없이 결정! 그건 그렇고 도대체 전국 몇 대 타이틀은 누가 만드는 걸까?

국도

점심 즈음 C의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이 날씨에 조수석에 앉아 드라이브라니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오늘의 선곡은 가을 날씨와 딱 맞는 8090 시티 팝. 지금 들어도 어쩜 이렇게 세련될 수 있는지 감탄스럽다. 길이 막혀 도착 예상 시간이 점점 늘어났지만 오히려 좋아. 샴푸의 요정 한 번 더 들을 수 있으니까~ 정체를 뚫고 광천 IC로 빠져나와 읍내에서 장을 봤다. 생각보다 길이 많이 막혀 장을 보고 나왔는데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다.

오서산 가는 법
🚌 대중교통 이용 시 : 광천역/터미널에서 시내버스 이용, 정암사-정상 코스
    701번 광천터미널 ↔ 상담 (17분 소요)
   광천 터미널 → 상담 : 06:10 / 09:10 / 14:00 / 17:40
   상담 → 광천 터미널 : 12:10 (*2024.02월 기준)
시간표는 홍성 관광 안내소 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상담”or”701번” 검색
🚗 자차 이용 시 : 오서산자연휴양림매표소 이용, 휴양림-정상 코스

# 짧은 산행, 휴양림-정상 코스

등산로 초입

우리는 부담이 적은 휴양림-정상 코스로 올라가기로 했다. 휴양림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조금 어려워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정암사-정상 코스를 타는 게 좋을 듯하다.
매표소를 통과해 자연휴양림 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여유롭게 등반을 시작했다.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다.

대웅전

개천을 따라가다 큼직한 바위를 돌아 올라가면 월정사라는 조그만 사찰이 나온다. 대웅전과 카페 겸 종무소로 보이는 건물앞으로 색색의 꽃들과 키가 재각각인 장독들이 옹기종기 뭉쳐있는 모습이 사뭇 귀엽다. 시간이 되면 하산길에 쉬었다 갈까 생각했는데, 오전 등산객들로 붐벼 대웅전 사진만 간신히 하나 건졌다.

약수

이렇게 등산로 쪽에 약수터가 있어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

등산 중

절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갑자기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아마도 이 코스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듯했다. 어디서 올라왔는지 모를 차가 한 대가 하산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너머부터는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해 등산로 다운 느낌이 났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 노을 끝자락, 빨리감기 ⏩

예쁜 달

조금 더 어두워지면 헤드랜턴을 꺼내야겠다 싶었는데 주변이 더 어두워지기는커녕 점점 밝아졌다. 아닌 게 아니라 등 뒤에서 달이 올라오면서 주변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나무에 가려 어떻게 해도 예쁘지 나오지 않아 어쩌지 하다 고민 끝에 나온 베스트 컷. 맘에 들어.

정상 근처에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억새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키를 훌쩍 넘기는 억새밭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일단은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올라가서 자릴 잡기로.

정상에서 일몰 이후

정상 옆 송신소 도착! 일몰은 놓쳤지만 아직 하늘이 붉어 경치가 좋았다. 탁 트인 전망에 속이 다 시원해 지는 느낌. 오는 길에 지나쳤던 저수지가 조막만하게 보여 높이가 체감됐다. 정상은 평평한 능선을 따라가면 5분이 채 안걸릴 것 같았다. 숨을 고르고 정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리가 없어요

기지국에서 정상으로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에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도착해 보니 데크는 이미 만석이었다. 별수 없이 정상 근처 등산로 외곽에 텐트를 쳤다. 어쩌다 보니 이때부터 다음날 일어나기까지 쓸만한 사진이 없다. 이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찍은 사진. 데크는 이런 식으로 여덟 동 피칭되어 있었다.
간단히 메뉴에 그렇지 못한 음주량. 모처럼의 회동에 기분이 좋아 얼굴이 발개져 잠에 들었다.

# 친구 따라간 오디션에 합격한 기분, 월몰과 일출

강에 비친 달

가시지 않은 취기와 함께 맞이한 이튿날. 텐트에서 나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잠이 확 깼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줄기에 절묘하게 달이 비치는데 어찌나 밝던지 의자를 꺼내 앉아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또 보았다.

월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이 점점 환해지며 달이 떨어졌다. 퇴장까지 완벽.

일출 직전

반대편에서는 해가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일출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C를 깨워 일출을 보러 정상으로 갔다.

정상비에서

사람이 덜 붐빌 때 한 컷. 키도 비율도 잔뜩 늘려서 찍어주신 등산객분 너무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고개를 내미는 해

구름이 잔뜩 끼어 일출은 실패인가? 싶었는데 구름 사이로 손톱만큼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옅게 낀 운해 위에 다시 두터운 구름을 깔고 노른자 같은 해를 살짝 올리니 감칠맛 나는 일출 완성. 눈이 맵지도 않아 더욱 좋네유.😆

일출 과정

일출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새 동그란 해가 뿅 하고 떴다. 문득 이렇게 예쁘고 선명한 동그라미 해를 찍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눈부시니 그만~

월몰과 일출을 보고 텐트로 돌아오면서 억새 구경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합격한 기분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텐트 정리

자 이제 얼른 눈곱 떼고 내려가야겠지? 상쾌하게 하산 준비를 시작했다. 텐트를 그대로 들어 탈탈 털어버리는 C. 자립식은 이럴 때 정말 편해 보인다.

# 드디어 억새 구경

사진스팟

하산 길에 지난밤 깜깜이로 지나쳤던 억새 군락지를 둘러봤다. 여기저기 이런 포토 스팟들이 있다. 생각보다 예쁘진 않아서 그냥 패스.

억새밭

기지국 앞에서 한 컷.

하산 시작

눈으로 보기에는 참 예쁜데 사진으로는 구도가 이상해서 정리하다 보니 억새 사진이 몇 장 없다. 정상 데크를 조금 더 지나 데크를 올려다보는 각도로 경사면을 찍으면 좋은 사진을 건졌을 텐데 조금 아쉽네. 다음에 또 오지 뭐. 잘 있다 갑니다. 또 올게요~

하산 끝

거의 다 내려와서부터는 정말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쳤다. 휴양림 주차장도 만차. 등산객들로 붐비는 억새밭도 나름 장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서산 백패킹 끝!

# 쿠키 있음! 호박 먹인 추어어죽의 원조, 광천원조어죽

광천 원조어죽

소제목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노포. 아침을 먹고 올라가려고 광천 읍내에 있는 이 집을 찾았다. 대표 메뉴는 호박을 먹인 추어 어죽.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식당 내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보고 비로소 이해가 됐다. 정성 가득한 요리 과정을 보고 나니 맛이 더 궁금해졌다.

소머리수육

추어어죽

소머리 수육과 추어 어죽을 주문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잡내 없이 담백한게 좋았다. 술 한 잔 곁들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수육에 한잔하고 어죽으로 해장하면 이게 무한 동력 아니냐구. 끝맺음도 마블 쿠키 컨셉으로, 백패킹 포스트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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